05-12-19 어버이 주일에 함께 묵상해 보는 시
정녕 몰랐습니다 -정 학 진-
정녕 몰랐습니다 / 내 어머니에게도 가슴 아픈 첫사랑의 추억이 있다는 사실을
정녕 몰랐습니다 / 내 아버지에게도 젊은 시절 큰 꿈이 있었다는 것을
정녕 몰랐습니다 / 어머니에게도 지치고 힘든 때가 있어 쉬고 싶을 때가 있다는 걸
정녕 몰랐습니다 / 아버지도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소시민적 욕망이 있었음을
정녕 몰랐습니다 / 아버지가 영웅이 결코 아니며 어머니는 만능이 아니란 사실을 / 달리면 지치고, 칼에 베이면 피나고, 슬프면 울음 운다는 사실을
정녕 몰랐습니다 / 경운기에 치인 상처로 끙끙 앓으면서도 자식 등록금 때문에 아프지 않다며 마른기침 쏟으시던 아버지의 말이 거짓인 줄을
정녕 몰랐습니다 / 자장면을 한 그릇 시켜놓고 단무지만 집어 먹으면서도 금방 먹어 배부르다는 어머니의 말이 거짓인 줄을 / 더운 생선을 발라 숟가락에 얹어주시며 잔치집에서 많이 먹고 왔다는 어머니의 말이 새빨간 거짓인 줄을
정녕 몰랐습니다 / 자식놈은 남에게 뒤질세라 최고 좋은 것을 해주면서도 당신은 시장에서 값싼 옷 한 벌 살 때도 벌벌 떤다는 사실을
정녕 몰랐습니다 / 곁길로 나가는 아들을 하나님께 맡기며깊은 밤, 홀로 울며 기도하던 어머니의 마음을 / 아이의 부모가 되고서야 비로소 이런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.